
부모님 집을 그냥 자녀에게 물려주면 증여세가 상당히 무겁게 부과됩니다. 그런데 세법은 ‘완전히 무상으로 주는 것’과 ‘정상 가격에 파는 것’ 사이에 합법적인 회색지대를 하나 열어두고 있습니다. 바로 시세보다 싸게, 그러나 실제로 대가를 주고받는 ‘저가양수도’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시가의 30% 또는 3억 원 중 적은 금액까지는 할인해서 팔아도 그 할인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7억 원에 자녀에게 판다는 흔한 예시가 바로 이 한도에 정확히 걸치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증여세만 볼 것이 아니라, 양도소득세와 자금 흐름 증빙까지 함께 챙겨야 진짜 절세가 완성됩니다.
저가양수도란?
완전 무상 증여와 정상가 매매 사이의 제3의 길
저가양수도는 부모와 자녀처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실제로 사고파는 거래를 말합니다. 완전히 공짜로 주는 증여와 달리 실제 대가가 오가는 ‘매매’이기 때문에, 세법이 정한 일정 한도 안에서 할인해 팔면 그 할인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도를 넘겨서 할인하면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고, 대가 지급 사실 자체가 불분명하면 아예 전체 거래가 증여로 간주될 위험도 있습니다.
상증법 제35조 핵심 조문
법이 정한 정확한 문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 제1항은 “특수관계인 간에 재산을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하거나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로서 그 대가와 시가의 차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양수일 또는 양도일을 증여일로 하여 그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서 기준금액을 뺀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준금액’이 바로 시가의 30%와 3억 원 중 적은 금액이며,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에서 3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30%와 3억 원 중 적은 금액
공식 하나만 정확히 외워두면 됩니다
저가양수의 경우 과세요건은 “시가와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이거나, 그 차액이 3억 원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 요건에 해당하면 증여재산가액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증여재산가액 = (시가 − 대가) − Min[시가 × 30%, 3억 원]
| 구분 | 내용 |
|---|---|
| 과세요건 | 시가-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 또는 3억 원 이상 (둘 중 하나만 해당해도 성립) |
| 공제 한도 | 시가의 30%와 3억 원 중 더 적은 금액 |
| 증여재산가액 | 실제 할인 금액에서 공제 한도를 뺀 나머지 금액 |
10억 원이 기준점인 이유
시가 1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 방식이 갈립니다
시가의 30%와 3억 원을 비교했을 때, 시가가 정확히 10억 원이면 30%가 곧 3억 원이 되어 두 기준이 일치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시가 10억 원 이상이면 공제 한도가 3억 원으로 고정되고, 10억 원 미만이면 시가의 30% 범위 내에서 할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시가 6억 원인 집이라면 공제 한도는 30%인 1억 8,000만 원이 되고, 시가 15억 원인 집이라면 30%가 4억 5,000만 원이지만 3억 원이 더 적으므로 공제 한도는 3억 원으로 제한됩니다.
| 시가 | 시가의 30% | 적용되는 공제 한도 |
|---|---|---|
| 6억 원 | 1억 8,000만 원 | 1억 8,000만 원(30% 적용) |
| 10억 원 | 3억 원 | 3억 원(두 기준 일치) |
| 15억 원 | 4억 5,000만 원 | 3억 원(3억 원이 더 적음) |
함정① 직계존비속 간 증여 추정
부모 자식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의심받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에 재산을 양도한 경우,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명백하지 않으면 이를 양도가 아닌 증여로 추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래는 출발선부터 ‘증여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구조이며, 실제로 매매대금이 오갔다는 사실을 자녀가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저가양수도 특례를 적용받기는커녕 거래 전체가 증여로 간주되어 훨씬 무거운 증여세를 물게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저절로 매매로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녀가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부모님 계좌로 매매대금을 이체한 내역, 필요하다면 자녀 본인의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내역까지 명확하게 남겨두어야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함정② 양도소득세는 별도 기준
증여세가 0원이어도 부모님의 양도세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증여세만 계산해 보고 안심하시는데, 정작 이 거래로 부동산을 파는 부모님 쪽의 양도소득세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소득세법 제101조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시가와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5% 이상이거나 3억 원 이상이면, 세법상 양도가액은 실제 거래가액이 아니라 시가로 다시 계산됩니다.
증여세 판단 기준은 시가 대비 30% 또는 3억 원이지만, 양도소득세 부당행위계산 부인 기준은 이보다 훨씬 엄격한 시가 대비 5% 또는 3억 원입니다. 즉 증여세는 0원이 나오는 할인폭이라도, 그 금액이 시가의 5%나 3억 원을 넘는다면 양도소득세는 실제 판매가(7억 원)가 아니라 시가(10억 원)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님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세무사와 함께 양도세 영향까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보셔야 합니다.
특수관계인 판단 시점
잔금일이 아니라 매매계약일이 기준입니다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제 소유권이 이전되는 잔금일이 아니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부모와 자녀는 언제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므로 이 시점 판단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지만, 사위나 며느리, 손자녀 등 관계가 애매한 경우라면 계약일 기준으로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를 미리 세무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취득세도 별도 확인 필요
증여세와 취득세는 별개의 세금입니다
저가양수도로 증여세 부담을 줄였다고 해서 취득세까지 자동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취득세는 원칙적으로 실제 거래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지만, 신고가액이 시가 대비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과세표준을 재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저가양수도 거래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증여세뿐 아니라 취득세 신고 시에도 정확한 시가 산정 근거를 함께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전하게 매매로 인정받는 법
서류와 자금 흐름, 두 가지를 확실히 갖춰야 합니다
- 정식 매매계약서 작성: 거래 금액, 잔금일 등을 명확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자녀 본인 명의의 자금 마련: 자녀가 본인의 소득, 예금, 또는 정식 대출을 통해 매매대금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소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계좌 이체 내역 보관: 계약금, 중도금, 잔금 각각을 부모님 계좌로 이체한 내역을 명확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 실제 소유권 이전 등기: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합니다.
실전 계산 시뮬레이션
시가 10억 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7억 원에 매도하는 경우
전제: 아버지가 시가 10억 원으로 평가되는 아파트를 성인 자녀에게 7억 원에 매매. 자녀는 본인 명의 예금과 대출로 실제 매매대금을 마련해 계좌 이체로 지급.
| 계산 단계 | 내용 | 금액 |
|---|---|---|
| ① 시가 | – | 10억 원 |
| ② 실제 대가 | – | 7억 원 |
| ③ 시가-대가 차액 | 10억 원 − 7억 원 | 3억 원 |
| ④ 공제 한도 | Min[10억 원×30%, 3억 원] | 3억 원 |
| ⑤ 증여재산가액 | 3억 원 − 3억 원 | 0원 |
정확히 시가의 30%인 3억 원까지 할인한 경우이므로 증여재산가액이 0원이 되어 자녀는 증여세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한 대로, 아버지의 양도소득세는 실제 판매가인 7억 원이 아니라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시가인 1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할인 폭을 3억 100만 원으로 단 100만 원만 늘렸다면, 그 초과분인 1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
신고지역이라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필수입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 거래는 지역에 따라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이 서류가 더욱 꼼꼼히 검토됩니다. 자녀 명의로 매매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본인 소득, 기존 예금, 금융기관 대출, 임대보증금 등)를 항목별로 명확히 기재해야 하며, 허위로 작성하거나 실제 자금 흐름과 다르게 신고하면 추후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계좌이체 내역, 소득증빙서류, 대출 관련 서류를 매매 시점부터 꼼꼼히 모아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자녀가 미성년자라도 이 방식을 활용할 수 있나요?
A. 미성년 자녀는 스스로 매매대금을 마련할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로 대가를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경우 거래 전체가 증여로 추정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미성년 자녀와의 저가양수도는 특히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Q2. 시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시가는 원칙적으로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경매·공매가액 등을 우선 적용하며, 이런 가액이 없는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공동주택가격 등 기준시가)을 사용합니다. 아파트처럼 유사 매매사례가 많은 부동산은 국세청이 인근 실거래가를 근거로 시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거래 전에 최근 유사 평형·동일 단지의 실거래가를 미리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3. 부모님이 직접 대출을 갚아주면 어떻게 되나요?
A. 자녀가 대출을 받아 매매대금을 지급했더라도, 이후 부모님이 그 대출 원리금을 대신 상환해 준다면 이는 별도의 증여로 간주되어 추가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저가양수도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려면 자녀가 실제로 본인의 자금과 신용으로 대출 상환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마무리
부모님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자녀에게 넘기는 저가양수도는 분명 합법적인 절세 수단이지만, 단순히 “시가의 30%나 3억 원까지는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알고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된다는 점, 증여세 기준과 양도소득세 부당행위계산 부인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실제 자금이 오간 사실을 철저히 증빙해야 한다는 점까지 모두 갖춰야 진짜 절세로 완성됩니다. 특히 이 거래로 부모님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사전에 세무사와 함께 계산해 보신 뒤 진행하시기 바랍니다.